사실 로부스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아라비카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로부스타는 진짜 생소했거든요. 근데 찾아보니까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30-40%가 로부스타더라고요. 맥심 같은 인스턴트 커피가 대표적입니다. 매일 마시면서 이름도 몰랐던 거예요.
로부스타가 뭔데
학명은 'Coffea canephora'이고, robusta는 '강인한'이라는 뜻입니다. 이름값 합니다. 아라비카보다 훨씬 튼튼하고 재배하기 쉬운 커피예요.
19세기 말 콩고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발견이 늦은 거치고는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강인해서 어디서든 잘 자라니까요. 현재 세계 최대 생산국은 베트남이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우간다에서도 많이 재배됩니다.
아라비카랑 뭐가 다른가
한마디로 말하면, 아라비카가 섬세한 와인이라면 로부스타는 소주 같은 느낌입니다. 강하고 직설적이에요.
바디감이 무겁습니다. 아라비카가 부드럽고 깔끔하다면, 로부스타는 진하고 묵직해요. 낮은 고도에서 빠르게 자라면서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축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산미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쓴맛이 강하고 떫은맛도 있어요. 높은 카페인 함량과 탄닌 때문인데, 카페인이 아라비카의 2배 이상(1.7-4.0%)이라 각성 효과는 확실합니다. 아침에 졸음 쫓으려고 커피 마시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어요.
향도 다릅니다. 아라비카가 꽃향, 과일향이라면 로부스타는 견과류 향에 흙냄새가 좀 섞여 있어요. 복잡하다기보다는 단순하고 강한 쪽입니다.
원두 생김새도 달라요.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작고 둥글며, 가운데 홈이 직선입니다. 아라비카는 길쭉하고 홈이 구부러져 있고요.
수확량은 로부스타가 압도적입니다. 헥타르당 아라비카 1,000-1,500kg vs 로부스타 2,000-3,000kg. 기계 수확도 가능해서 인건비도 적게 들어요.
한국에서는 어디에 쓰이나
주로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맥심, 네스카페 같은 거요.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니까 당연한 선택이겠죠.
일부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10-20% 정도 섞기도 합니다. 로부스타를 좀 넣으면 크레마가 더 풍부해지고 바디감이 강해지거든요. 이탈리아 전통 에스프레소 블렌드에는 로부스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한국에서 로부스타를 메인으로 내세운 브랜드는 거의 없습니다. 이유가 뭐냐면, 한국 사람들이 쓴맛과 떫은맛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요. 로부스타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그 쓴맛과 떫은맛인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적으니 브랜드가 생기기 어려운 거죠.
1,500-2,000원짜리 저가 커피들은 이미 원가 절감용으로 로부스타를 블렌딩에 쓰고 있긴 한데, 이건 로부스타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싸니까 쓰는 겁니다.
해외에서는 좀 다름
Nguyen Coffee Supply (미국) — 베트남계 미국인이 만든 브랜드인데, 베트남산 고품질 로부스타를 메인으로 밀고 있습니다. 로부스타의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우유 기반 음료에 잘 어울린다고 강조하면서, 마트에서 아라비카만 판다는 규정을 철회시키기까지 했다고 해요.
스페셜티 로부스타라는 개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저품질로 여겨졌던 로부스타를 고품질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아라비카만 고품질이라는 편견을 깨려는 시도인데, 흥미롭긴 합니다.
생산지와 가격
| 생산국 | 연간 생산량 | 가격대 (1kg) | 특징 |
|---|---|---|---|
| 베트남 | 1,500만톤 | 8,000-15,000원 | 인스턴트 커피용 |
| 브라질 | 800만톤 | 10,000-18,000원 | 블렌딩용 |
| 인도네시아 | 600만톤 | 12,000-20,000원 | 스모키한 맛 |
| 우간다 | 400만톤 | 15,000-25,000원 | 아프리카 특유의 맛 |
아라비카의 대충 절반 가격입니다.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으니까요. 낮은 고도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기계 수확도 되니 인건비도 절약됩니다.
맛있게 마시는 법
솔직히 로부스타를 100%로 마시는 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아라비카 80%에 로부스타 20% 블렌딩이 무난해요. 아라비카의 섬세한 맛과 로부스타의 강한 바디감을 같이 느낄 수 있거든요.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로부스타의 강한 바디감과 크레마가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면 로부스타 블렌드를 한번 시도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로부스타를 콜드브루로 만들어봤는데, 쓴맛이 많이 줄어들고 부드러워지더라고요. 12시간 이상 우려내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할 수도
로부스타는 기후변화에 아라비카보다 훨씬 강합니다. 높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고, 가뭄에도 강해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아라비카 재배가 어려워지는 반면, 로부스타의 중요성은 커질 겁니다.
품질 개선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 스페셜티 로부스타도 등장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로부스타도 맛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도 있겠죠.
지금은 아라비카에 가려져서 이름도 잘 모르는 원두지만, 매일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안에 이미 들어가 있는 게 로부스타입니다. 알고 마시면 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